어둡고 답답하며 음침하다. 여러 단편들로 엮인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을 보고 난 뒤 받은 느낌이 그러했다. 여러 작품이 엮여 있는 단편집의 특성상 분명 작품별로 어둡고 답답하고 음침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중이 있을 법도 한데,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은 모두가 비슷한 깊이와 색채를 내뿜고 있었다. 색채를 꺼냈으니 굳이 표현하자면 '무채색'이라고 해야할까. 이미지로 떠올리자면 동유럽, 아마도 카프카가 살았던 체코 프라하의잿빛 하늘아래 기분 나쁘게 어둑한 골목길이 떠오른다. 그 정도로 어둡고 답답하며 음침한 느낌이 가득했다. 책의 타이틀은 '변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지나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는 이 책에 엮여있는 여러 단편들 중 이 작품이 단연 인상깊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독하게도 한글자, 한글자가 넘어가지 않던 '아버니께'라는 글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께'라는 글이 아버지를 향한 카프카의 정제된 울분의 끝이자 그가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모욕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아버지에대한 원망과 분노가 느껴진다. 그는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을 아버지로 인해 송두리째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카프카를 실존주의의 대표주자로 알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내내 과연 그 시절의 카프카는 '실존주의'라는 철학이자 이념을 생각하며 그러한 메시지를 담고자하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글을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려 아버지로부터의 억압과 분노에 대해 자신의 글을 통해 표현하고 나름의 해방구를 찾고자 하였으나 번번히 체념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글의 흐름을 보면 그렇다.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카프카 자신이 투영된 것 같고, 그 주인공을 억압하거나 주인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는 권위적이고 답정너스타일의 일관된 양상을 보인다. 바로, 그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프카의 글은 철저히 작가 개인의 감정과 시선에 동화되어 읽어야 할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어둡고 답답하고 음침하며 우울한 느낌마저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본 다른 이들의 감상평이 궁금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혹은 어떠한 시선으로 이책을 바라보았을까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글쎄. 검색으로 접하게 된 대부분의 감상평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책의 첫머리나 끝에 나오는 편집자 혹은 비평가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 앞전에 봤던 정이현의 책부터 카프카의 책까지 연이어서 다소 어두운 톤앤매너의 글들만 접하고 나니 나역시 음울해 지는 느낌인지라, 다음 책은 이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책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