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gust gold
이병률의 책은 이것으로 세번째 인 듯 싶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이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 책.
작년 3분기 말미부터 출, 퇴근길에 몇장씩 천천히 읽다가 가방에 그대로 넣어둔 채
장수의 넘김없이 지나가버린 날들이 벌써 몇 달이다.
서걱서걱한 갱지 느낌의 종이 질감이좋아 읽는 즐거움도 있던 책이었는데,
역시나 업무가 바빠지면 독서의 꾸준함은 게을러지는 법인가보다.
이병률의 글은 따뜻하면서도 슬프다.
'슬프다'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 나름 생각을 거듭했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그의 글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지고 때로는 그 외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또 때로는 그 외로움이 싫어 몸서리치는 듯한 처절한 감정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들이 우울한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쓴 이의 손 끝 감정이나 읽은 이의 혀 끝의 감정, 어느 한 쪽은 분명 그 쪽으로 가 있다는 뜻일게다.
이 책은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유독 더 모순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좋아서, 사람을 사랑해서 이토록 떠나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는 그가
정작 사람으로 인해 낯설고 외롭고, 헛헛한 감정을 쏟아내는 글이라니-
뭔가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때 그의 책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힐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토록 따뜻한, 포근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따뜻함과 포근함이라는
이불 안쪽에 꽁꽁 쌓여있는 외로움과 헛헛함이라는 것이 자꾸만 보이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나는 감정들 역시 거부감이 일기보다는 궁금함이 앞섰다.
이토록 외로움과 헛헛함을 갖도록 만든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그의 글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일화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감정인 것일까.
그저 상상만할 수 밖에 달리 방법은 없지만, 그의 외로움의 원천이 어디인지
그의 글을 볼 때마다 궁금해질것만 같다.
여느 여행기의 책들과는 다르게 서사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거나,
특정 풍경이나 애써 감성을 짜넣는 모습이 없어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이번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특징들은 유지되며 매력적으로 보여진다.
올해부터 책의 첫문장을 옮기는 걸로 읽은 뒤의 느낌을 전하려고 하는데
이 책의 첫문장을 책의 내지 첫장에 있는 그의 인사로 잡아야 할지,
본편이 시작되기 전 간지에 적힌 짧막한 글로 잡아야 할지,
아니면 본편의 첫문장으로 잡아야 할지 망설여지다가
끝내는 이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가 그토록 외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첫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