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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첼시 챔피언스리그 리뷰, 알레그리의 경험치는 투헬이 따라올 수 없다

by 매일보면 2021. 9. 30.

유벤투스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이 펼쳐졌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벤투스는 이번 첼시전의 승리가 매우 불투명해 보였다. 팀의 핵심 자원인 디발라의 부상과 최전방 공격수인 모라타의 부재 등 악재가 겹쳤다. 온전하지 못한 선수진으로 지난시즌 챔스 우승팀인 첼시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해 보였다. 개인적으론 알레그리의 전술적 역량을 믿었지만, 그럼에도 승리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유벤투스 첼시전은 무승부 전략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늦은 새벽까지 경기를 보며 '아, 역시 이게 유벤투스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알레그리는 무승부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한 듯 했다. 그래, 이게 승부사지. 마치 몇 해전 챔스에서 1티어급 초호화 선수단을 굴렸던 레알과 바르샤를 보기좋게 격파하던 그 시절이 떠오를 만큼 유벤투스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전시즌 챔프인 첼시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었다!

 

알할배는 첼시를 상대로 4-4-2를 들고 나왔다. 이는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간 포메이션이었다. 디발라와 모라타의 부상으로 강제적으로나마 4-3-3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를 비웃듯 4-4-2를 들거나왔다. 좌측에 산드루 - 라비오 - 베르나데스키, 우측에 다닐루 - 콰드라도 - 키에사를 두었다. 중원에 로카텔리와 벤탕쿠르를 두고 센터백엔 더리흐트와 보누치를 배치했다. 경기 시작 전 띄워주는 이 포메이션만 봤을 때엔 상당히 클래식 하게 첼시를 상대하려나 싶었는데, 역시 알레그리는 전략가였다. 유벤투스 첼시전의 눈에 띄는 전술 포인트는 다음과 같았다. 

 

 

1. 첼시 연계 플레이의 원천적 차단

3-4-2-1을 들고나온 첼시는 공격시 숫자를 늘려 중원부터 장악해 들어와 루카쿠와의 연계플레이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기에 지예흐를 비롯해 루카쿠를 중심으로 연계되는 첼시의 공격 전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시키는 것, 이를 위해 최전방 자원들까지 수비시엔 중원으로 합류해 세밀한 공간을 유지하고, 수비 성공으로 공을 소유했을 때 엄청난 스피드 로 재빠르게 역습을 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엔 바로 오늘 유벤투스의 헤로인 키에사가 있었다.

 

 

2.  투트랙 수비

유벤투스 첼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유벤투스가 정말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수비였다. 대체 왜 리그에서 그토록 실점을 많이 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전년도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정말 좋은 수비를 펼쳤다. 무조건 적으로 풀백들을 공격에 가담시키지 않았으며 지역수비와 대인수비를 투트랙으로 활용했다. 벤탕쿠르 로카텔리 등은 중원부터 페널티박스 인근까지 지역을 커버하는 수비를 펼쳤고 산드루와 다닐로 등의 풀백들은 첼시의 공격 전개 기점이 될 수 있는 지예흐, 하베르츠 등을 1:1 마킹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여나 측면에서 이들이 무너지는 경우 센터백들이 이를 빠르게 커버했는데 이 때, 라비오와 콰드라도 등이 가세하며 첼시의 공격들을 번번이 무력화 시켰다.

 

 

3. 빌드업? 안해도 그만

기본적인 공격의 전술은 키에사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이었지만 지공에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서 알할배의 묘수는 바로 빌드업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었다. 첼시정도의 팀을 상대로 빌드업을 가져가려면 '초정밀'이 필수적인데 현재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자원들에게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많은 수를 중원에 배치한 첼시이기에 더더욱 이는 어려울 것이 뻔했다.

 

이 때문에 알레그리는 묘수를 냈는데, 후방이든 중원이든 유벤투스 공격진에게 공간이 나면 지체없이 롱패스를 뿌려댔다. 빌드업의 세밀함은 어렵지만 롱패스의 정밀도는 그보다 좋은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이 날의 결승골 역시 센터백 보누치로부터 날아온 롱패스가 기점이 되었다. 여기에 선취점을 넣은 뒤 수비적으로 완전히 내려앉지 않고, 전방자원들은 상대 수비수들에 대한 전방압박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몇차례 더 득점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살리진 못했다. 후반 75분이 되어서야 키엘리니를 투입하며 수비에 힘을 싣고, 잠그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훌륭한 용병술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벤투스 첼시의 챔피언스리그는 알레그리의 완벽한 전술 승리라고 본다. 투헬이 명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으나 빅게임에서 빅클럽을 잡은 경험치는 아직까진 알레그리가 우세하다. 경험치. 이 경험치가 승리의 핵심이었다. 이로써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2연승을 거두었고 오늘의 승리는 리그경기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리그에서의 부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