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돌아왔다.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지 만 2주만이다. 이미, 이틀 전부터 1군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토트넘 리버풀 전에 선발 출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콘테감독은 코로나에서 회복된 선수들의 건강을 염려해 이들을 풀타임으로 출전시키지는 않을것 처럼 말했었지만 어느 감독이라도 돌아온 에이스를 안 쓸 수는 없을 터-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 리버풀 전의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토트넘 리버풀전의 기억에 남는 몇가지들을 짚어보자.
토트넘 리버풀의 최근 7경기 전적
웃긴 말일수도 있겠지만 토트넘 리버풀의 최근 7경기 전적을 안다면 웃을수 없는 말이다. 토트넘을 상대로 리버풀은 내리 7승을 거두고 있었고 특히, 지난 챔스 결승에서 패배한 뒤로 단 한번도 리버풀을 이기지 못했다는것은 토트넘으로썬 뼈아픈 전적을 넘어 마치 징크스처럼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승부의 핵심은 중원
토트넘은 리버풀을 상대로 이 최악의 사슬은 한번쯤 끊어줄 필요가 있었는데 이 리버풀이란 팀을 상대하려면 중원이 강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의 중원을 담당하던 호이비에르와 스킵은 코로나 확진 이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거나 선발로 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역시나 해리 윙크스와 은돔벨레가 선발로 출전하며 불안감을 앉고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전방 우측에 델레 알리가 선발로 출전했는데 최근의 폼을 봤을 때, 그리고 원래 델레 알리가 뛰던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이건 또 새로운 똥망의 조짐인가 싶어 반쯤 내려놓은 마음으로 경기를 시청했다.
해리 윙크스와 델레 알리의 의외의 선전, 은돔벨레는 굿바이
하지만, 토트넘 리버풀 전에서 의외로 해리 윙크스는 선전했고, 이를 받쳐주던 델레 알리도 선전했다. 부실한 중원자원들에 대한 커버가 어쩔 수 없이 많았는데 손흥민과 델레 알리가 그 역할을 열심히 해줬고 의외로 해리 윙크스의 플레이가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시야와 패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리버풀을 상대로 공간을 파고드는 케인과 손흥민에게 적절한 타이밍과 의외의 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해리 윙크스는 너무 낯설어서 내가 지금 뭔가를 잘못보고 있나 싶었다. 해리 윙크스에게 섬세함은 바라지도 않으니 중원에서 스틸하고 공격으로 연계만 잘 이어줬으면 했는데 그 역할을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깜놀-
다만, 은돔벨레는 진짜 굿바이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해오던 개인플레이 스타일이 단시간 내에 바꾸기 힘들 수 있겠지만 최소 경기중 처음 시도했을 때 되도 않는 짓이란걸 알았다면 반복해서는 안되는 거다. 토트넘 리버풀 전의 전반전에서 매우 중요한 공격 전개 시점에 은돔벨레는 수차례 얼척없는 드리블로 공을 빼앗겼고 결국 실점의 기점이 되는 역할을 너무 충실히 잘해주는 결과를 냈다. 이 때문에 스킵과 교체되었다고 본다. 은돔벨레는 겨울에 제발 다른 팀으로 가고 팀에 도움되는 괜찮은 공미하나 영입되면 너무 좋겠다.
손흥민의 리버풀 공습
골 기록만으로 놓고보자면 오늘 토트넘 리버풀 전에서의 손흥민은 1골로 '공습'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경기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공습'이라는 표현이 나쁘지 않다. 판다이크가 빠진 리버풀의 수비는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졌고 손흥민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전반전 초반에 펼쳐진 몇 번의 결정적인 찬스들과 오프사이드 상황에서의 침투와 슈팅은 정말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이 맞나 싶을만큼 상당한 폼을 보여줬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몸이 아직 100%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보여졌던 것은 퍼스트 터치나 골결에 있어 확실히 2주간의 공백이 있긴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도 본인 스스로 그런 것들을 만회하는 선수이니 또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된다.
손케듀오 예열
말 그대로 예열이다. 이번 토트넘 리버풀전에서 해리케인의 필드골이 드디어 터졌다. 무려 13경기 만의 골이고, 그의 역대 PL 기록 상 가장 늦은 골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골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갖게 하는데 해리케인의 폼이 많이 살아났음을 보여주었고 실제로 이 골 이후 그의 움직임은 과거의 그것과 비슷하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손흥민과의 연계플레이가 눈에띄게 살아났는데 리버풀의 수비들은 손케듀오의 플레이를 막느라 여러모로 고생스러웠다. 내심 손케듀오의 골이 터지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라이언 쎄쎄뇽의 재발견
오늘 토트넘 리버풀 전에서 좌측 윙백으로 출전한 라이언 쎄쎄뇽은 리버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지웠다. 이 '지웠다'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 의심의 여지없이 '지웠다'고 표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경기내내 모하메드 살라가 보이지 않았고, 그 얘기는 둘의 격돌이 크진 않았지만 그만큼 라이언 쎄쎄뇽이 살라의 맨마킹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살라가 리그 최정점의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토트넘 리버풀 전에서의 라이언 쎄쎄뇽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라이언 쎄쎄뇽은 짧은 시간내에 큰 성장을 보여주었다. 지난 유로파컨퍼런스 경기에서 흥분을 주체못하고 퇴장당하며 토트넘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열어준 장본인이었는데, 불과 2~3주 사이에 라이언 쎄쎄뇽은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플레이는 진중하고, 성실하다. 뭔가 스스로 많이 내려놓은 느낌이랄까. 누누산투 휘하에서 유로파컨퍼런스에 처음 나왔을 땐 뭔가 폼은 떨어질대로 떨어졌는데 자존심만남은 유망주처럼 보였다면, 지금의 라이언 쎄쎄뇽은 스스로 본인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많이 내려놓은 느낌이다. 겸손하게 차근차근 하나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이제는 비판보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레길론의 백업이나 그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출중한 자원으로 성장해준다면 토트넘 입장에서도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이다.
토트넘 리버풀 PL 18R는 양팀 모두 최상의 전력이 아니어서 경기 자체가 많이 지루할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의외로 치열하고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다시 필드로 복귀한 손흥민이 반가웠고, 리그 7호골 역시도 굿! 이었다. 토트넘과 리버풀전은 1:1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리버풀 상대로 7연패의 늪을 끊었다는 것과 경기 내용면에서도 효율적으로 리버풀을 괴롭혔다는 점, 무엇보다 이 강력한 팀을 상대로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직 완벽하게 몸상태가 올라오지 못한 선수들이 폼만 회복한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길거라 확신하다.
토트넘 경기일정 안내
토트넘은 12월 23일 새벽 4시 45분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 카라바오컵 경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