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웨스트햄의 카라바오컵 8강 경기가 있었다. 카라바오컵은 컵대회 자체이 박진감보다는 그냥 경기를 하나 더 볼 수 있다는 즐거움 정도로 해석하는 경기인데, 그래도 지면 빡치니까 기왕이면 이겼으면 하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토트넘 웨스트햄의 이번 카라바오컵 8강 경기 역시 그랬는데 지난 누누산투 시절부터 말했지만 토트넘은 이번 카라바오컵 대회의 대진운이 좋은 편이라 왠지 모를 의외의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경기의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자.
콘테가 명장은 명장이다
콘테의 커리어를 보고 그가 명장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왜 그가 명장인지를 보여주는 조금은 다른 예가 있었는데 바로 스티브 베르바인과 맷 도허티를 살려냈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해 이를 갈았던 선수들인지라 이번 경기의 성과가 그들의 개인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에 출전시키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감독이고 경기에 출전 가능하도록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것 또한 평소의 훈련을 지휘하는 감독이다.
그런 측면에서 콘테는 절대 답이 없을 것 같았던 스티브 베르바인과 맷 도허티를 살려냈다. 이날 베르바인은 경기의 MOM으로 선정될만큼 모든 골을 넣거나 관여했고, 맷 도허티는 우측 윙백자리에서 울브스 시절 한창 때의 모습이 다시 살아나는 듯 보였다. 콘테가 이렇게 단기간에 가망이 없어보이던 선수들을 정말 잘 살려내는데 벤 데이비스, 해리 윙크스, 라이언 쎄쎄뇽이 그러했고 이번 토트넘 웨스트햄 전을 통해 스티브 베르바인과 맷 도허티까지 살려낸 것이다.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인데 기존 토트넘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던 얇디 얇은 스쿼드의 퀄리티를 끌어 올린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1월 이적시장에서 주요 포지션에 영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선수들을 바꿀수는 없는 노릇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싹이 보이는 선수들을 얼른 끌어 올려 로테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콘테의 선수 역량 관리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토트넘의 경기가 재밌어졌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반가운 것은 토트넘의 경기가 재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누누산투 시절 토트넘은 진짜 핵노잼 개노답 경기를 펼쳤는데 콘테 감독 부임 이후 경기는 정말 재밌어 졌다. 모든 경기가 레전드라 할만큼 박진감 넘치는데 제일 좋은건 누누산투 때 처럼 공격루트 개척을 못해 허우적 대거나 머뭇대는 모습이 아니라 윙백을 필두로하는 속도감 넘치는 공격과 윙백이 안된다면 다른 방향으로 공격루트를 개척해가며 상대를 공략하는 모습, 그리고 골을 먹혔을 때도 더 넣으면 된다는 식의 매우 공격적인 자세가 좋다. 과거 포체티노 시절의 공격적인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데, 콘테는 확실히 포체티노와는 다른 스타일로 '약속된 짜임새'가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
팬의 입장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모습인데 콘테감독 부임 초반 황당하게 당했던(?) 유로파컨퍼런스리그 경기 외에 계속해서 무패를 기록중인 만큼 이런 상승세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토트넘 경기일정
토트넘 웨스트햄 카라바오컵 8강을 승리로 마친 토트넘은 12월 27일 00시 크리스탈팰리스를 상대로 PL 19R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꺾이며 추락했던 기점이 크리스탈팰리스 전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고의 리벤지 매치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