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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읽고 글은 사람과 같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각각의 책마다 입 안에서 읽혀지는 음이 다르다. 글에 빨려들어가 읽고있노라면, 어느샌가 글에 등장하는 저마다의 등장인물들에 나도 모르게 빙의해 각 인물들의 대화체를 내 임의대로 부여해 실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게 되기 마련이다. 글의 전체적인 느낌이 어둡거나 잔인하다거나, 우울하고 음울한 톤이라면 글을 읽으면서 점차 지쳐가는 느낌이고, 반대로 밝고 경쾌하고 즐거운 느낌이라면 생기가 도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의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소설임에 분명하지만 황선미 라는 작가의 어린시절에 극 중에 등장하는 풍경들이 한조각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구체적인 묘사와 인물들의 설정 등을 보며 작가가 글을 쓸 때 자신의 기억을 더.. 2017. 10. 31.
프란츠 카프카, 변신을 읽고 어둡고 답답하며 음침하다. 여러 단편들로 엮인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을 보고 난 뒤 받은 느낌이 그러했다. 여러 작품이 엮여 있는 단편집의 특성상 분명 작품별로 어둡고 답답하고 음침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중이 있을 법도 한데,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은 모두가 비슷한 깊이와 색채를 내뿜고 있었다. 색채를 꺼냈으니 굳이 표현하자면 '무채색'이라고 해야할까. 이미지로 떠올리자면 동유럽, 아마도 카프카가 살았던 체코 프라하의잿빛 하늘아래 기분 나쁘게 어둑한 골목길이 떠오른다. 그 정도로 어둡고 답답하며 음침한 느낌이 가득했다. 책의 타이틀은 '변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지나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는 이 책에 엮여있는 여러 단편들 중 이 작품이 단연 인상깊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2017. 8. 9.
정이현,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읽고 메마른 느낌. 너무나 메말랐는데 건조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진 않은 딱 그 느낌이었다. 건조하다는 표현을 붙여버리면 그 순간 그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 더 그랬다. 그저 메마른, 딱 그정도의 느낌이지만 그 메마름에도 질릴 정도의 습함이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작가들의 사진을 일부러 더 찾아보지 않는 내가 작가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 작가가 낸 책의 표지들인데 정이현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책장에 오랜시간 꼽혀있는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의 표지 디자인이다. 몇 년도에 인쇄되었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잿빛의 도시에 여자가 우산을 들고 하늘을 나는 일러스트 그림. 책의 타이틀과는 상반되는 컬러에 눈이 갔던 기억이다. 왜 달콤함을 잿빛으로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2017. 8. 3.
에쿠니 가오리,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고 책을 사놓고 제때 읽기란 생각보다 꽤 쉽지 않은 일이라서, 언제나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하나씩 쌓이게 된다. 20대, 일본 여류 작가들의 작품에 빠져있던 내가 가장 동경했던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였다. 당시의 기준으로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독특한 설정의, 하지만 너무나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캐릭터들을 좋아했고 차분하게 읊조리는 듯한 특유의 기교없는 문체도 좋았다. 쉽게 읽히지만, 어렵게 썼을 문장들. 그 영향 때문인지 아직도 가끔씩 서점에 갈 때면 미처 알지 못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은 한권쯤 꼭 구매하게 된다. 이번에 읽었던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책 역시 분명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그런 연유로 내 집에 들이게 된 책일것이다. 꽤나 오랜시간 책장에 그대로 있었던 같은데, 출근길의 방법.. 2017. 7. 26.